임신 중기(임신 14~27주)에 발생하는 유산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초기 유산과는 그 원인과 양상이 다릅니다. 특히 중기 유산은 조기 진통이나 태반 문제 외에도 태아 기형, 감염, 내분비질환 등 다양한 의학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신 중기 유산의 대표적인 의학적 원인을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태아 기형과 구조적 이상 (기형)
임신 중기 유산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태아의 선천적 기형입니다. 태아 기형은 유전적 요인, 염색체 이상, 자궁 내 환경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특히 주요 장기의 형성이 완료되는 임신 중기 이전부터 이미 문제가 생겨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기형 원인 중 하나는 염색체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다운증후군(21번 삼염색체), 터너증후군(X염색체 단일), 에드워드증후군(18번 삼염색체) 등은 생존율이 낮고 중기 유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염색체 이상은 임신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중기에 들어서면서 초음파 검사나 양수검사를 통해 발견되기도 합니다.
또한, 두개골이나 심장, 신장 등 주요 기관의 구조적 기형 역시 임신 유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심장 기형이나 무뇌증, 복벽 결손 등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리며, 자연유산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복용이나 방사선 노출, 심각한 영양 결핍 등이 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임신 초기부터의 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자궁기형(예: 쌍각자궁, 중격자궁 등)이나 태반 이상 역시 태아 기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간접적인 요인입니다. 이처럼 임신 중기 유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복합적이고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성 질환과 태내 감염 (감염)
임신 중기 유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감염입니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조기 양막 파수, 조기 진통, 태아 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감염원으로는 톡소플라스마,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CMV), 헤르페스바이러스(HSV) 등을 포함한 TORCH 감염이 있습니다. 이들 감염은 태아의 주요 장기 형성을 방해하거나, 면역 반응으로 인해 태반 기능을 저하시켜 유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풍진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 경우 태아의 청각장애, 심장기형, 뇌 이상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중기 유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성병(STD)인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등도 조기 양막파수나 조산, 태아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산모가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산전 검사가 필수입니다. 질염이나 요로감염처럼 비교적 흔한 감염도 자궁 경부에 영향을 주어 자궁경부무력증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중기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신 전 TORCH 항체 검사를 통한 면역 상태 확인, 임신 중 개인 위생 철저, 고양이 배설물 접촉 금지, 날고기 섭취 금지 등이 권장됩니다. 또한, 감염이 의심되거나 미열, 복통, 질 분비물 증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호르몬 불균형과 내분비 질환 (내분비질환)
임신은 여성 호르몬의 정교한 균형 위에 이루어지는 생리적 변화입니다. 이 호르몬 균형이 깨질 경우, 자궁 내 환경이 악화되어 태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 중기 이후에도 호르몬 조절 실패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내분비 문제는 갑상선 기능 이상입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유산률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태아의 신경 발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항진증도 조산과 유산의 위험 요인이 됩니다. 이 외에도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부족은 자궁내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게 해 임신 유지에 장애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병도 중요한 내분비계 질환입니다. 산모가 조절되지 않은 당뇨를 가지고 있다면 태아 기형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고혈당 상태는 태반 기능을 저하시켜 중기 유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임신 중기에는 식습관과 체중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산전 검사를 통해 당뇨 여부를 조기에 파악해야 합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도 주목할 만한 내분비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여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자궁내막이 임신을 유지할 만큼 두껍게 형성되지 않아 중기 유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호르몬 및 내분비 문제는 단순한 피로, 우울감 같은 일반적인 증상으로 위장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입니다. 정기적인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호르몬 상태를 관리하고, 필요 시 약물 치료를 통해 안정된 호르몬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기 유산을 예방하는 핵심입니다.
임신 중기 유산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태아 기형, 감염, 내분비질환 같은 명확한 의학적 원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 진단과 정기적인 산전 검진, 개인 위생 및 건강한 생활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문제가 의심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빠르게 조치하는 것이 유산 예방의 핵심입니다.